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경지에 오른 사람들, 그들이 사는 법
이 책은 자타공인 리더십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저자가 고수들과 직접 만나 인생이 변하고 깊어지고, 풍성해졌던 경험들을 최대한 자세하게 담아낸 것이다. 그렇게 정리하면서 자신의 인생길이 달라졌던 흔적도 소개한다.
고수에게는 자기만의 철학과 리듬, 문제해결 방식과 통찰이 있다. 이것이 어떤 사건, 상황 속에서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압축적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현대의 강호라 할 수 있는 기업 경영의 최전선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수백 명의 CEO와 전문가들을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일하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단순히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해서 고수가 될 수는 없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야 한다. 고수를 만나야 고수가 된다.
본문중에서
고수는 혼자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기 능력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쉽지 않다. 대부분은 조직의 힘으로 살아간다. 조직 안에서는 폼을 잡지만 조직을 떠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다. 대부분 개인기보다는 조직의 후광 덕분에 버텨 온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내 실력 덕분인지 조직의 실력 덕분인지를 늘 질문해야 한다. 이를 냉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조직의 힘으로 살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고수들은 혼자서도 너끈히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힘은 자신의 생계를 걸어 본 절실함에서 나온다.
고수는 일이 없을 때 사람을 만난다. 하수는 일이 생겨야 사람을 만난다. 그러니 일이 풀리지 않는다. 난 미리미리란 단어를 좋아한다. 미리미리 일 처리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미리미리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원고는 늘 마감 전에 넘긴다. 어떤 경우는 너무 빠르다면서 상대가 놀라기도 한다. 강의 때는 적어도 한 시간 전에는 도착한다. 그래야 변수에 대비할 수 있다. 가족끼리 외출할 때도 15분 전에 준비를 끝내고 아내를 재촉한다. 아내는 싫어한다. 강사료 지급하는 걸 보면 회사 수준을 알 수 있다. 일류 회사는 사전에 서류를 부탁하고 끝나자마자 강사료를 지급한다. 후진 회사는 강의가 끝난 후 서류를 부탁하고 잊을 때쯤 강사료를 입금한다. 그쪽이 잊고 있어 내가 확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분은 미리미리 하는 스타일인가?
단적으로, 주차장에 들어가면 그 회사 수준을 알 수 있다. 모 전자상가는 장사가 안 되기로 유명하다. 휴일에도 대부분의 가게에 파리를 날린다. 하지만 주차할 데가 없다. 주차하기 편한 지하 1층과 2층은 평일에도 대부분 만석이다. 그곳에 직원들이 먼저 주차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지하 5층이나 6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말로는 “고객이 제일이다!”라고 떠들지만 주차장을 보면 “우리는 고객의 편의 따위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고 외치는 셈이다.
반면 강남의 모 백화점은 주차 천국이다. 우선 주차장이 넓다. 입구부터 촘촘히 직원들을 배치해 운전자들이 빈 곳을 찾아 이동할 필요가 없다. 별 것 아닌 주차장 하나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주차장에 관심이 별로 없다. 기사들 덕분에 고객들의 불편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도가 튼 사람은 단순하다. 거칠 게 없고 눈치를 보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무리가 없고 그런 일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도 않는다. 물 흐르듯 산다. 사사무애事事無碍의 경지다. 하수와 있으면 머리가 아프다. 고수와 있으면 시원하다. 하수는 간단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고수는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만든다.
잠재력의 5퍼센트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는 게 인간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동의한다. 글을 거의 써보지 않았던 엔지니어였던 내가 스무 권 가까운 책의 저자가 됐다는 사실은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내게 그런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만약 내가 글 쓰는 재능을 모른 채 평생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잠재 능력이 있다. 하지만 도전하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다. 자신의 잠재력을 알기 위해서는 불편하고 싫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도전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까지는 사람들은 절대 자신의 잠재력을 알지 못한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코피 아난이 한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스시집 ‘스시효’의 안효주 사장에게 어떤 기자가 질문했다. “이곳에는 부자들이나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올 텐데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안 사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호기심이 많더군요. 궁금한 게 있으면 참지 못하고 물어봅니다. 그게 다릅니다.” 맞는 말이다. 호기심은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호기심은 배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궁금한 게 없으면 배울 수 없고 나아질 수 없다. “호기심은 활기찬 지식인의 영원하고 확실한 특징이다.” 사무엘 존슨의 말이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은 4명의 건설사 대표를 초대한다. 현대, 대림, 삼환기업, 삼부토건 등이다. 거기서 박정희는 소양강댐 계획을 얘기한다. 엄청난 얘기에 다들 숨이 멎을 지경이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이 공사에 참여할까를 생각했다. 낙찰가를 어떻게 할까, 입찰가는 얼마 정도 될까?
하지만 정주영은 달랐다. 회사로 돌아온 그는 다른 임원들은 다 집으로 보내고 재무담당만 불러 현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당장 현금 보유를 두 배로 늘리라고 지시한다. 정주영은 소양강댐으로 인해 상습 침수 지역을 벗어나게 될 곳을 지도상에 그리고 그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한다. 그게 지금의 압구정동이다. 당시에는 상습 침수 지역이라 별 쓸모가 없던 곳이었다. 이때부터 현대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다. 같은 정보를 갖고도 대응 방법이 이렇게 다른 것이다. 이금룡 사장의 강의에서 들은 얘기다. 이처럼 고수들은 보는 눈이 다르다. 정보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홍콩의 리카싱은 부자지만 존경을 받는다. 그가 지키는 10-11-9원칙 때문이다. “10퍼센트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합리적이다. 11퍼센트를 가져도 무리는 없다. 하지만 그럴 때는 9퍼센트만 가지라”는 의미다. 그럼 돈도 얻고 인심도 얻게 된다. 선과 악은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선도 ‘쌓는’ 것이고 악도 ‘쌓는’ 것이다. 자기 곳간을 채우는 대신, 덕으로 곳간을 채워야 한다. 고수는 그런 사람이다. 자기만을 보는 대신 이웃을 보는 사람이다. 작은 욕심 대신 큰 욕심을, 단기적인 욕심 대신 장기적인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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